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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고대유적과 트라스테베레,도보로 떠나는 여행

by ommg 2025. 7. 8.

트라스테베레 길거리 전경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2,000년 이상 누적된 문명이 거리마다 살아 있는 ‘시간의 도시’입니다. 로마의 대표적인 고대 유적지인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는 찬란한 제국의 유산을 생생히 보여주며, 트라스테베레 지역은 로컬 감성과 역사적 일상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로마의 대표 고대 유산과 트라스테베레 골목 여행을 도보 중심으로 구성하여, 한 도시에서 시간의 결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여정을 안내합니다.

로마 고대유적의 정수,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

로마를 방문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단연 콜로세움입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상징이자 로마 시민의 자부심이었던 이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서기 80년에 완공되어, 수천 명이 한꺼번에 입장해 검투 경기와 사형 집행, 동물 쇼 등을 관람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높이 약 48미터, 수용 인원은 약 5만 명에 달했으며, 내부에는 화려한 좌석 배치와 지하의 복잡한 무대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당시 건축 기술의 정점으로 꼽힙니다.

콜로세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포로 로마노는 로마 제국 정치와 경제, 종교의 중심이던 장소입니다. 입장 후 걸어 들어가면 넓은 평지에 펼쳐진 유적군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이곳에는 티투스 개선문, 바실리카 율리아, 로물루스 신전, 사투르누스 신전, 세베루스 개선문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각 유적마다 안내 표지판과 복원 상상도가 마련되어 있어 고대 로마인의 생활과 의식 구조를 더욱 입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포로 로마노를 지나 팔라티노 언덕으로 올라가면 더욱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로마 건국 신화 속 로물루스가 이곳에 첫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며, 이후 로마의 귀족들이 저택과 정원을 조성해 거주했던 권력자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고대 저택의 벽과 기둥, 바닥 모자이크 일부가 남아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로마 시내 전경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이 외에도 개선문 사이를 걷는 순간마다 로마제국의 웅장함을 실감하게 되며, 도보 이동 중 만나는 아르카디아 가든, 로마 황제의 명예 기념비 등은 도심 속 유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책’입니다. 로마의 고대 유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문명의 출발점이자 오늘날 민주주의와 도시 문화의 뿌리를 경험하는 교육적 공간입니다.

트라스테베레, 현지인의 삶과 감성의 골목

로마의 중심지에서 테베레 강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또 다른 로마가 펼쳐집니다. 트라스테베레는 ‘강 건너편’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예로부터 로마 외곽 주거지로 사용되던 지역입니다. 고급스러운 중심가와 달리, 트라스테베레는 일반 서민, 외국인 공동체, 예술가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는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대성당입니다. 이 교회는 서기 4세기에 세워졌으며,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재건축된 후 내부 모자이크와 천장이 매우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교회 앞 광장에는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앉아 쉬거나 음악을 연주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펼쳐집니다.

트라스테베레의 골목길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해가 질 무렵부터 더욱 매력적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과 고풍스러운 가로등, 타일 간판과 이끼 낀 담장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많은 문호들이 사랑했던 트라스테베레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감성의 정원이며, 도보 여행을 통해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거리마다 즐비한 전통 식당과 노천 카페는 미식 여행자에게도 천국입니다. ‘오스테리아’ 또는 ‘트라토리아’라 불리는 이탈리아 가정식 전문 식당에서는 로마식 카르보나라, 아마트리치아나, 송아지 간 요리 등 현지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젤라또를 들고 천천히 골목을 거닐며, 거리 공연자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 지역의 묘미입니다.

트라스테베레의 예술과 장인의 손길이 깃든 거리

트라스테베레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수공예 상점과 작은 갤러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자 창작의 터전으로 사랑받아 왔으며, 지금도 소규모 아틀리에와 장인의 공방이 성업 중입니다. 특히 세라믹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수제 가죽 신발을 만드는 구두장이, 전통 방식으로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 등 다양한 장인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 단순한 쇼핑을 넘어 ‘로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 됩니다. 이처럼 트라스테베레는 눈에 보이는 건축뿐 아니라, 손끝으로 전해지는 예술의 숨결까지 담고 있는 ‘살아 있는 예술 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트라스테베레는 단순한 관광지나 인기 지역을 넘어, 로마가 가진 ‘진짜 삶’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수세기 전부터 예술가와 철학자, 이민자들이 섞여 살며 고유한 공동체 문화를 이루었고,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 정겨움 속에서 낯설지 않은 따뜻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보로 즐기는 고대와 현대의 로마 연결 루트

로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걸어서’ 여행하는 것입니다.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유산급의 건축물, 조각상, 분수, 성당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자동차보다 걷는 것이 훨씬 더 풍성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고대 로마의 심장부에서 시작하여 트라스테베레까지 이어지는 도보 루트는 강력 추천할 만한 코스입니다.

이 도보 루트는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콜로세움 – 포로 로마노 – 팔라티노 언덕
  • 캄피돌리오 언덕 – 베네치아 광장 – 나보나 광장
  • 판테온 – 캄포 데이 피오리 – 테베레 강변
  • 트라스테베레 진입 – 산타 마리아 성당 – 자니콜로 언덕

이 루트를 따라 약 6~7시간 동안 여유롭게 걸으면, 로마의 과거와 현재, 화려함과 소박함을 고루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캄피돌리오 언덕은 미켈란젤로가 재설계한 로마 시청 광장으로, 그 조형미는 꼭 감상할 만합니다. 광장을 지나면 바로 베네치아 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있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내부 관람과 옥상 전망대 모두 강추하는 명소입니다.

나보나 광장은 화려한 바로크 분수들과 거리 예술가들이 가득한 공간이며, 오후 시간대에는 햇살이 건물에 반사되어 더욱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판테온은 외관의 압도적인 기둥과 내부 돔이 인상적이며, 로마인들이 신과 자연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건축으로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마지막으로 캄포 데이 피오리를 지나 테베레 강을 건너면 트라스테베레의 골목이 시작됩니다. 자니콜로 언덕까지 올라가면 로마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뷰 포인트가 있으며, 해질 무렵이면 주홍빛 하늘 아래 돔과 탑, 지붕들이 빛나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로마는 유적과 예술, 사람과 감성이 함께 흐르는 도시입니다. 고대 제국의 중심에서 인간 문명의 출발을 만나고, 트라스테베레 골목에서 소박한 삶의 향기를 느끼는 이 도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시간 속 문화 산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로마를 경험하고 싶다면, 차가 아닌 두 발로 이 길을 걸어보세요. 매 순간이 이야기가 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