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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마라케시의 골목과 바자르에서 하루를 보내다

by ommg 2025. 7. 27.

 

모로코여행, 마라케시 골목 사진

모로코 마라케시의 매혹적인 골목과 바자르에서 하루를 보내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로, 좁은 골목길과 활기찬 바자르(시장)가 특히 유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마라케시의 구시가지 메디나를 중심으로, 하루 동안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봅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소우크 시장부터 현지 장인들의 수공예품, 향신료 향기 가득한 골목까지, 모험과 문화가 공존하는 마라케시의 하루를 함께 걸어보세요.

붉은 도시의 미로, 마라케시의 시작을 걷다

모로코 남서부에 위치한 마라케시는 ‘붉은 도시’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세 이슬람 건축과 문화의 보고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그 중심에는 붉은 점토 벽돌로 지어진 전통 건물들이 밀집한 ‘메디나(Medina)’가 있으며,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골목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켜 있어 지도 없이 걷는다면 쉽게 방향을 잃을 수 있지만, 이 길 잃음조차 마라케시에서는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각각의 골목은 고유의 향기, 소리, 색채를 지니고 있어 감각을 통해 길을 기억하게 만들고,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과 인연을 만들어냅니다. 메디나는 도시의 뿌리이자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입니다. 11세기에 처음 조성된 이곳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생활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골목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중세의 분위기 속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되며,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축구를 하고, 여성들은 공공 우물에서 물을 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장인들은 자신들의 작업장을 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풍경은 단순히 이국적인 그림이 아니라, 도시가 간직한 고유한 리듬과 리얼리티의 일부입니다. 마라케시의 하루는 이른 아침, 아직 태양이 뜨기 전 고요한 기도소리 아잔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도시가 서서히 깨어나는 과정은 눈으로 보기보다 귀로 느끼는 것이 더 강렬합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기도소리는 하루의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리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사람들의 발소리, 첫 빵을 굽는 노점의 연기, 무화과와 올리브를 손질하는 상인의 손놀림이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여행자에게 도시와의 첫 인사를 건네는 방식이며, 처음 찾은 이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마라케시는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강렬하게 하루를 맞이합니다. 이 도시에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히 관광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감각 세계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마라케시는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감각 모두를 자극합니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색채와 질감, 귀를 간질이는 현지 언어의 리듬, 코끝을 스치는 향신료와 민트티 냄새, 손끝에서 느껴지는 도자기의 질감,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단 음식의 여운까지.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체험하는 여정입니다. 그렇기에 마라케시의 진정한 매력은 처음에는 낯설고 복잡한 골목에서 시작되지만, 곧 따뜻하고 깊이 있는 환대의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여행자는 도시의 일부가 되어 걷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며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수천 가지 감각과 이야기, 바자르에서의 만남

마라케시의 본모습은 단연코 바자르(Souk)에서 드러납니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닙니다. 수세기 동안 지역 경제와 문화를 이어온 중심지로서, 장인의 손에서 직접 탄생한 물건들과 사람 사이의 정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좁고 긴 통로마다 상점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그 상점들 속에는 무수한 종류의 물건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공예품, 전통 의류, 주방용품, 향신료, 도자기, 악기, 가죽 제품, 카펫 등 그 종류만 해도 끝이 없으며, 한 상점에서 몇 분만 머물러도 수십 가지의 색과 질감, 냄새가 감각을 자극합니다. 바자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감각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장의 핵심은 상인과의 소통입니다. 모로코 바자르에서는 가격표가 없습니다. 물건을 고르면 반드시 흥정을 해야 하며, 이 과정은 단순히 가격을 깎는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이자 문화적 행위입니다. 상인은 먼저 웃으며 여행자에게 민트티 한 잔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합니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 날씨, 다른 나라의 문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이런 대화 속에서 여행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닌 손님으로 대우받으며, 그들의 생활과 세계관을 엿보게 됩니다. 가격 흥정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이 과정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지만, 결국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남깁니다. 바자르에서는 다양한 전통 장인들도 직접 물건을 제작하고 판매합니다. 특히 금속 세공, 가죽 가방 제작, 양탄자 직조는 이 지역의 대표적 수공예 기술로 손꼽힙니다. 낡은 작업대에 앉아 금속을 두드리며 램프를 만드는 장인의 모습은 관광객들에게는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기술을 지켜가는 실제 장인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물건은 하나하나가 고유한 이야기와 정성을 담고 있어,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감동을 줍니다. 마라케시의 바자르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사고, 문화를 사는 일입니다. 향신료 시장은 또 다른 하이라이트입니다. 진열된 산더미 같은 향신료는 보기만 해도 황홀할 정도로 형형색색이며, 각각의 향신료는 모로코 요리의 핵심입니다. 터머릭, 커민, 파프리카, 사프란, 드라이드 라벤더 등 익숙한 것부터 생소한 향신료까지 다양하며, 상인들은 이들이 어떤 요리에 어울리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일부 상점에서는 직접 향신료를 절구에 빻아 향을 맡게 해주기도 하며, 천연 약재나 미용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트잎, 오렌지 블러섬, 아르간 오일까지 더해져 그 향기는 도시 전체의 공기를 풍요롭게 합니다. 이 모든 향이 오감의 퍼레이드를 완성하며, 마라케시 바자르만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형성합니다.

감각의 잔상이 남는 도시, 마라케시를 떠나며

마라케시에서의 하루가 끝날 무렵, 여행자는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도시의 흐름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있었음을 느낍니다. 발걸음은 지쳤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따뜻해집니다. 골목에서 스친 사람들의 미소, 시장에서 나눈 짧은 대화, 낯선 향과 맛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감각을 함께한 나 자신—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라케시라는 도시를 하나의 추억이자 경험으로 남기게 됩니다. 이곳은 사진 한 장으로, 메모 몇 줄로 담아낼 수 없는 깊이와 온도를 지닌 도시입니다. 마라케시는 ‘관광지’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함을 지녔습니다. 복잡하고 시끄러우며 때로는 방향마저 알 수 없게 만드는 이 도시의 골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자에게 가장 강렬하고 오래 남는 인상을 남깁니다. 화려함보다는 정직함, 완벽함보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이 도시는, 여행자의 감각을 다시 깨우고, 익숙했던 기준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와 열린 감각을 갖게 되며, 여행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이동이 아닌 내면의 확장이자 회복의 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라케시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도시입니다. 물건을 팔기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인들, 나귀를 모는 소년, 미소로 길을 안내해 주던 여성, 그리고 거리에서 함께 빵을 나누던 아이들까지—이 도시는 사람들로 살아 숨쉬고 있으며, 그들과의 짧은 교류가 여행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떠나는 순간에도 마음 한켠에는 그들의 얼굴과 손짓이 선명하게 남아, 언젠가 다시 이 골목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납니다. 마라케시는 그런 도시입니다. 떠나는 순간에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감각의 잔상이 오래도록 맴도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