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만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레인은 섬나라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중동 특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여행지이다. 석유의 나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예술, 역사, 휴양을 고루 아우르는 목적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바레인을 중심으로 아라비아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주요 섬 여행지들을 소개하며, 감성적인 여정을 위한 코스를 안내한다.
사막과 바다가 맞닿은 섬나라 바레인, 감성 여행의 시작점
아라비아 반도 하면 대부분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낙타, 그리고 석유 산업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바레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중동이라는 이미지가 가진 고정관념을 전면적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바레인은 아라비아만에 위치한 군도 국가로, 약 3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면적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감성은 매우 깊다. 이 나라는 중동 국가 중 최초로 진주 산업이 꽃핀 곳으로, 고대 무역의 중심지였고, 다양한 문명이 교차하며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는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즐비하면서도, 몇 걸음만 이동하면 고대 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로 접어들게 된다. 이슬람 문화와 바다 문명이 결합된 바레인의 풍경은, 단지 ‘중동’이라는 틀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단지 고급 리조트에서의 휴양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온 진주의 흔적과 시장의 숨결, 작은 마을의 조용한 일상까지 두루 체험하는 감각적인 여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레인을 중심으로 한 아라비아만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섬 여행지들이 존재한다. 이들 섬은 대부분 소규모이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이 덜 닿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낚시, 스노클링, 유적 탐방, 전통 문화 체험 등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며 즐기는 아라비아만 섬 여행은 대도시에서의 여정과는 또 다른 감성을 자극한다. 이번 글에서는 바레인의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아라비아만의 독특한 섬들을 소개하며, 전통과 현대, 여유와 탐험이 어우러진 새로운 감성 여행 루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잘 알려진 도시들 틈에서 조용히 빛나는 중동의 섬들, 그 특별한 공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바레인과 아라비아만에서 즐기는 감성 섬 여행 루트 5선
바레인을 중심으로 한 아라비아만의 섬 여행은 휴양과 탐방, 전통과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섬은 고유의 정체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섬들 간의 이동도 비교적 쉬워 여행의 동선 구성도 유연하다. 아래에 소개하는 다섯 개의 섬 및 지역은 감성적인 풍경과 경험이 가득한 곳들이다.
1. 무하라크 섬(Muharraq Island) 바레인의 옛 수도였던 무하라크 섬은 오늘날까지도 전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좁은 골목마다 전통 가옥이 이어지고, 바레인 전통 건축을 살린 갤러리와 문화센터가 다수 위치해 있다. 특히 바레인 진주산업의 역사를 소개하는 진주산업길(Pearling Path)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도보 여행 루트로도 완성도가 높다. 낮에는 고요한 골목을 따라 문화 산책을, 밤에는 야외 카페에서 민트차를 마시며 지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 하와르 섬(Hawar Islands) 바레인 남동쪽에 위치한 하와르 섬은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섬 군락이다. 맹그로브 숲과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 각광받는다. 바레인 본섬에서 배로 약 45분 정도 소요되며, 선착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리조트 시설도 갖춰져 있어, 하루 일정 혹은 1박 2일 코스로 적합하다. 특히 일출과 일몰의 풍경은 사진가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스노클링과 바다 카약 등의 해양 활동도 즐길 수 있다.
3. 딜문 정원(Dilmunia Island) 도심에서 가까운 인공섬으로, 현대적 감성과 힐링이 결합된 공간이다. 수로를 중심으로 디자인된 이 섬은 바레인의 고대문명 ‘딜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현대적인 쇼핑몰, 워터파크, 스파, 고급 카페가 밀집해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젊은 층에게도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이며, 특히 수변 카페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야경은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무하라크나 마나마의 전통을 체험한 뒤 들르면 대비 효과가 커서 인상적인 일정 구성이 가능하다.
4. 사크리 섬(Sitra Island) 과거 진주 채집과 어업의 중심지였던 사크리 섬은 현재 바레인의 산업지대와 가까이 있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전통 마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라비아만의 어촌 문화와 바레인의 일상 풍경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섬 내 작은 선착장에서는 어부들이 그날 잡은 생선을 직접 판매하며, 바레인 전통음식 ‘마추부스(Machboos)’를 현지 식당에서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진보다 생생한 바다의 냄새와 사람들의 일상이 이 섬의 진짜 매력이다.
5. 아라비아만의 펄 아일랜드(Pearl Islands) 바레인 이외에도 아라비아만 연안에는 진주산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섬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카타르, 사우디 일부 연안에도 낚시와 진주 채집을 했던 섬들이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보트 투어로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들 섬에서는 상업화되지 않은 해변, 맑은 바닷물, 조용한 모래사장을 경험할 수 있다. 고급 리조트가 없는 대신, ‘그림 같은 자연’이 주는 감동이 크다. 바레인에서 투어 업체를 통해 데이 투어나 스노클링 체험을 예약할 수 있다. 이처럼 바레인과 아라비아만의 섬들은 각각 다른 표정과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일정에 따라 휴식 중심, 문화 중심, 탐험 중심 등 다양한 테마 여행이 가능하다. 단시간의 일정이라도 인상 깊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이 지역 섬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지만 강렬한 바레인 섬 여행, 진짜 중동을 만나는 여정
아라비아만은 넓고 화려한 사막만이 아니라, 소박하고 깊은 감성을 품은 섬들로 가득하다. 바레인을 중심으로 한 이 섬 여행은 중동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하라크 골목에서 느낀 전통의 온기, 하와르 섬에서 만난 조용한 일몰, 딜문 정원에서의 현대적 여유, 사크리 섬의 바다와 삶의 흔적, 그리고 아라비아만 곳곳에 숨겨진 진주처럼 빛나는 섬들까지. 이 모든 여정은 소리 높이지 않아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작음’에 있다. 작은 골목, 작은 해변, 작은 카페와 마을들이 만들어내는 소박함은,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진정성을 안겨준다. 단지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그 땅의 숨결을 느끼고 사람의 온기를 마주하는 체험이 된다. 바레인의 시장에서 만난 상인의 미소, 하와르 섬의 조용한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시간, 진주 유산길을 걸으며 고대와 현재를 연결하는 사색은 모두 감각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또한 바레인의 섬들은 여행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을 제공한다. 하루 안에 여러 곳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적 이점, 교통의 편리함, 치안의 안정성 등은 중동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감성적인 여행을 시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특히 여성 여행자, 소규모 가족, 혹은 휴식을 원하는 중년층 여행자에게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중동이 낯설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바레인과 아라비아만의 섬들은 가장 친절한 첫 인사와 같다. 웅장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빛나는 그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사로잡는다. 언젠가 다시 떠올릴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그리고 그 기억 속에 향기와 소리와 따뜻한 빛이 함께하길 바란다면, 바레인은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의 섬들은 지금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 나가는 그 모습은, 중동의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섬 위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바레인과 아라비아만의 섬 여행은, 당신이 잊지 못할 감성과 경험을 담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