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부,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과 맞닿은 알프스 산맥의 중심에는 유럽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자리한 작은 마을 샤모니(Chamonix)는 수백 년 동안 알피니스트, 등산가, 트레커들이 사랑해온 전통의 산악도시로, 지금도 전 세계의 자연 애호가들이 트레킹과 하이킹, 스키와 패러글라이딩 등을 위해 찾는 상징적인 목적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샤모니와 몽블랑 일대의 트레킹 코스를 중심으로, 초보자와 중급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실용 정보와 현지 접근성, 계절별 특징, 코스 선택 방법, 추천 일정, 장비 및 비용 관련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샤모니의 지리적 위치와 접근 방법, 숙소와 교통 안내
샤모니는 프랑스 오트사부아(Haute-Savoie) 지역에 속해 있으며, 몽블랑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한 계곡 마을입니다. 프랑스 내에서는 제네바 공항이 가장 가까우며, 차량으로 약 1시간 15분 거리로 연결됩니다. 국제공항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제네바(Geneva)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며, 미리 예약하면 왕복 기준 약 60~80유로 내외로 편도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기차로 접근할 경우, 파리에서 리옹(또는 안시)을 경유하여 생제르베(Saint-Gervais-les-Bains) 역까지 TGV로 이동한 후, 샤모니까지는 지역 열차(TER)를 이용해야 합니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6시간 이상으로, 시간 대비 효율성은 셔틀버스가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샤모니 중심부는 자동차 없이도 도보와 무료 시내버스, 케이블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며, 대부분의 숙소는 역 또는 중심 상업지구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 관광이나 트레킹 목적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숙소는 산악 롯지, 게스트하우스, 호텔, 에어비앤비 등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고, 여름 성수기에는 조기 예약이 필수입니다.
대표 트레킹 코스 안내 – 초급부터 중상급까지
샤모니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고산 트레킹 허브로, 마을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여러 트레킹 루트가 조성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반일~당일 코스부터, 숙박을 포함한 수일간의 루프 코스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코스는 ‘라 플레제르(La Flégère)’에서 ‘락 블랑(Lac Blanc)’까지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이 코스는 샤모니에서 곤돌라를 타고 라 플레제르 전망대에 도착한 뒤, 해발 약 2,300m 고도의 산악 호수인 락 블랑까지 약 2~2.5시간 트레킹을 하는 왕복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코스는 몽블랑과 알프스 능선이 수평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높으며, 길 자체는 험하지 않지만 돌길과 경사 구간이 있어 트레킹화 착용이 권장됩니다.
조금 더 도전적인 코스를 원한다면, ‘그랑 발콩 쉬드(Grand Balcon Sud)’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루트는 플랑 드 랑플라(Plan de l’Aiguille)에서 시작해 라 플레제르 또는 브레방(Brévent)까지 이어지는 고산 산책로로, 해발 2,000m 이상을 따라 걷는 트래버스형 코스입니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3~4시간이며, 중간에 쉼터나 레스토랑은 거의 없기 때문에 물과 간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루트에서는 눈앞에 몽블랑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각적인 자연 경험을 제공합니다.
만약 하루 이상 일정을 소화할 수 있고 체력도 여유가 있다면,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TMB)’의 일부 구간을 체험해 보는 것도 추천됩니다. 이 루트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3개국을 넘나드는 170km 이상의 원형 트레일로, 전체 완주에는 8~11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정에 따라 구간을 선택해 1박 또는 2박 일정으로 축소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샤모니에서 레 콩타민(Les Contamines)까지 이동한 뒤, 다음날 샤모니로 복귀하는 형태의 루프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코스는 고도가 높고 등반 구간이 있으므로 숙련자에게 더 적합하지만, 여름 시즌(6~9월)에는 날씨가 비교적 안정되어 일반 여행자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장비 준비, 현지 트레킹 팁, 비용과 시즌 정보
샤모니에서의 트레킹은 사전 장비 준비와 현지 정보에 따라 여행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트레킹화는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락 블랑이나 그랑 발콩과 같은 돌길 구간은 일반 운동화로는 발목 부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고산 지역 특성상 여름철에도 기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얇은 바람막이와 방풍 재킷, 가벼운 장갑과 모자도 필수입니다. 아울러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SPF 50 이상 자외선 차단제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에서는 샤모니 중심 상업지구에 트레킹 용품점과 스포츠 매장이 다수 존재하며, 장비 대여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품질 제품은 가격이 높고, 대여 장비는 성수기에 수요가 많기 때문에 주요 품목(신발, 배낭, 방수의류 등)은 개인 준비를 권장합니다.
트레킹 비용 자체는 대부분 무료이지만, 케이블카 이용료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Aiguille du Midi 전망대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 약 75유로, 라 플레제르 곤돌라는 20~25유로 수준입니다. 이 외에도 알프스 패스(Mont Blanc Multipass)를 구매하면 주요 곤돌라와 버스, 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일정에 따라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샤모니 시내버스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며, 트레킹 루트 연결에 매우 유용한 이동수단입니다.
트레킹 시즌은 일반적으로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로, 이 시기에는 눈이 거의 녹고 날씨도 안정되어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가 개방됩니다. 5월과 10월은 일부 저지대 코스만 접근 가능하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스키 시즌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지대 트레킹은 제한됩니다.
샤모니는 단순한 관광지라기보다, 자연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알프스의 중심이자 산악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입니다. 해발 4,800m에 달하는 몽블랑을 눈앞에서 감상하면서 다양한 난이도의 트레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짧게는 반일 일정부터 길게는 10일 이상의 루프까지 모든 여행자에게 맞는 코스가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고산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교통, 숙소, 장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트레킹이 주가 되는 여행으로는 유럽 내에서도 최고의 조건을 갖춘 지역입니다. 트레킹 자체의 즐거움 외에도 마을의 숙소, 로컬 레스토랑, 스포츠 용품점, 케이블카 여행 등이 조화를 이루며 여행 경험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자연에 기대어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그리고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여정을 원한다면, 샤모니와 몽블랑 트레킹은 그 어떤 목적지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