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에 위치한 아브하(Abha)는 바다와 사막의 나라에서 보기 드문 산악도시로, 해발 약 2,200m의 고도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그리고 아시르(Asir) 지방 고유의 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브하의 이색적인 자연과 도시 전경, 그리고 전통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한 풍성한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평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의 사우디,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시다 마운틴에서 만나는 아브하의 고산 풍경
아브하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고산 지형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자연 풍경입니다. 그 중심에는 아브하 도심 바로 위에 위치한 시다 마운틴(Jabal Al Soudah)이 있습니다. 이곳은 사우디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약 3,000m에 달하며,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시원한 기후를 가진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시다 마운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오며 점점 펼쳐지는 산 아래 도시 전경입니다. 특히 해가 질 무렵이면 아브하 시내를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볼 수 있어, 현지인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일몰 감상 명소로 이곳을 찾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해무가 깔리며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는데, 이는 아브하를 ‘사우디의 천국’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은 단순한 전망 포인트를 넘어 레저와 생태 체험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고산 기후 덕분에 아카시아, 주니퍼 나무 같은 희귀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여름철이면 산림이 우거져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다 마운틴 내에는 하이킹 코스, 패러글라이딩 체험, 야외 바비큐 캠프장, 전망 케이블카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어 하루 일정으로도 꽉 찬 여행이 가능합니다.
특히 시다 국립공원(Soudah National Park)은 자연 보호와 지역 생태계를 함께 고려한 친환경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으며, 계절마다 다양한 조류 관찰, 식물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매년 여름에는 ‘시다 시즌(Soudah Season)’이라는 지역 축제가 열리며, 지역 전통 공연, 푸드 마켓, 공예 전시, 스포츠 행사 등이 열려 사우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아브하의 시다 마운틴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곳에서는 사우디에서 가장 푸른 풍경과 가장 시원한 바람, 그리고 가장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해발 3,000m 위에서 바라보는 고산 도시의 매력, 그것이 아브하만의 차별화된 감성입니다.
아시르 마을과 전통 건축 체험
아브하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아시르 지방의 전통문화와 건축양식입니다. 이 지역은 사우디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권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전통 마을 체험과 건축 탐방은 아브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전통 마을은 알무프티 빌리지(Al Muftaha Village)입니다. 이 마을은 1980년대에 예술 중심지로 복원되었으며, 지금은 아브하의 문화예술 허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이는 ‘아시르 여성들의 벽화 전통(Al Qatt Al Asiri)’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랍 문화권에서 여성의 예술이 이렇게 중심이 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이 마을은 사우디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알무프티 마을 중심에는 전통 공예품 상점과 갤러리, 도예 체험장, 전통 의상 대여점 등이 있으며,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아시르 문양으로 된 자기 그릇을 만들거나 벽화 엽서를 그리는 체험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지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스튜디오도 있어 여행자와 자연스럽게 소통이 가능한 점도 이색적입니다.
전통 건축 양식 역시 매우 독특합니다. 아시르 가옥은 대부분 진흙 벽에 나무 골조를 덧댄 형태로 지어지며, 집 외벽에는 삼각형,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문양이 알록달록하게 그려집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가족과 부족의 상징, 재산의 규모, 여성의 창의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직접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통풍과 햇빛, 고산지대의 추위를 고려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전통이 얼마나 실용성과 함께 존재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브하 시내에는 시바 파크(Shada Palace)나 알다나 마을, 알마스 박물관 등 다양한 전통 건축과 전시공간이 있어 도심 속에서도 아시르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브하는 자연만이 아니라 문화의 깊이까지 갖춘 여행지로서, 감성적 체험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매우 높은 만족도를 제공합니다.
아브하 시장과 지역 먹거리 체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바로 현지 시장과 음식 체험입니다. 아브하는 전통시장과 현대식 쇼핑몰이 잘 어우러진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아브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속에서 전혀 다른 계절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시다 마운틴의 시원한 고산 풍경, 알무프티 마을의 화려한 전통 예술, 그리고 시장에서 맛보는 진짜 현지 음식까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바로 현지 시장과 음식 체험입니다. 아브하는 전통시장과 현대식 쇼핑몰이 잘 어우러진 구조를 갖고 있으며, 특히 아브하 수크(Abha Souq)는 여행자들에게 진짜 ‘사우디의 삶’을 느끼게 해주는 현장이자, 이 지역 문화의 생생한 보고(寶庫)입니다.
아브하 수크는 대규모 시장은 아니지만, 산악지방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와 지역 농산물, 전통 향신료, 수공예품, 그리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가득합니다. 특히 산에서 재배한 허브와 말린 꽃잎 차, 꿀, 치즈, 육포 등은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일부 상점은 시식도 가능해 여행자들이 부담 없이 현지 식재료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아브하 지역 요리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살리크(Saleeg)입니다. 이는 쌀을 닭고기 국물에 쫄깃하게 끓여 만든 사우디식 리조또로, 산악 지방에서는 더 깊고 진한 육수 풍미로 유명합니다. 함께 곁들여지는 허브 절임, 향신료 섞인 고기요리, 요거트는 산지의 특색을 그대로 담고 있어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맛을 제공합니다.
현지 카페 문화도 매우 발달해 있어, 로컬 카페에서 아라비안 커피(Gahwa)와 대추야자(Dates)를 함께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브하의 카페는 실내와 야외 모두 아늑하게 조성되어 있어, 산을 바라보며 차 한잔하는 감성적인 풍경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됩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청년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감성식당’과 ‘문화카페’가 늘고 있으며, 이들은 아시르 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 수공예 접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브런치 메뉴 등으로 지역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섞인 ‘살아 있는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죠.
아브하의 먹거리와 시장은 여행자에게 ‘관광지’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순간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적 교류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브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속에서 전혀 다른 계절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시다 마운틴의 시원한 고산 풍경, 알무프티 마을의 화려한 전통 예술, 그리고 시장에서 맛보는 진짜 현지 음식까지. 아브하에서의 하루하루는 자연과 문화, 사람과 감성의 깊은 접촉입니다. 단조로운 사막 이미지의 사우디를 넘어, 고산 도시 아브하에서 새로운 감동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