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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고성 따라 걷는 중세 역사 산책

by ommg 2025. 7. 16.

에든버러 고성 사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중세의 정취가 도시 전체에 녹아 있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석조 건물과 좁은 골목, 언덕 위 고성의 실루엣까지—한 걸음 한 걸음마다 역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죠. 이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명소 관람을 넘어서, 고성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의 기억을 직접 느끼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든버러 성과 로열마일, 그리고 주변의 숨은 골목과 언덕길은 그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며 산책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행자 입장에서 고성을 중심으로 에든버러의 중세 분위기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도보 코스를 안내합니다.

1. 에든버러 성에서 시작하는 중세의 시간 여행

에든버러 여행은 고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도시 어디서든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에든버러 성은 여행의 중심이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소입니다. 크래그락(Castle Rock)이라 불리는 화산암 위에 지어진 이 요새는 무려 12세기부터 방어 목적으로 활용되었고, 스코틀랜드 왕실과의 역사적 연결점으로서 수많은 사건의 무대가 되어 왔습니다.

성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운명의 돌(Stone of Destiny)’입니다. 이 돌은 스코틀랜드 왕의 즉위식에 반드시 사용되던 상징적 유물로, 영국 왕실과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갈등과 통합을 모두 담고 있는 상징물입니다. 그 외에도 왕실 보물인 스코틀랜드의 왕관, 대포 ‘Mons Meg’, 전쟁박물관, 군사 감옥 등 수많은 유적들이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 내부는 단순히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습니다. 높은 전망대에 오르면 에든버러 전경은 물론, 멀리 파이프 만(Firth of Forth)까지 조망할 수 있으며, 하늘이 맑은 날이면 그 광경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집니다. 매일 낮 1시에 실제 대포를 발사하는 전통 행사는 에든버러 성의 전통과 현재가 맞닿아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또한 성은 그 자체로 건축 예술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스톤월, 아치형 천장, 고딕 창문, 방어탑 등은 중세 군사 건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구조들이며, 역사나 건축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몇 시간을 머물러도 아깝지 않은 장소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간 왕족, 병사, 시민들이 살아 숨 쉬었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2. 로열마일 거리, 중세 스코틀랜드의 일상을 따라 걷다

에든버러 성에서 내려오면 바로 이어지는 길이 로열마일(Royal Mile)입니다. 이 거리는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 궁전을 연결하는 직선 거리로, 약 1.8km 길이에 걸쳐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왕들이 퍼레이드를 하며 지나가던 실제 통로로서, ‘로열’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쪽으로는 15세기에서 18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외벽은 검게 그을린 듯한 느낌이고, 유리창은 작고 촘촘하며, 골목마다 과거 귀족의 저택이었던 건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 거리에는 '클로즈(Close)'라 불리는 좁은 골목이 여러 개 있는데, 이는 과거 상류층과 서민층의 주거 구조를 보여주는 역사적 흔적입니다. 예를 들어 ‘메리 킹스 클로즈’는 지하 투어로도 운영되며, 과거 흑사병 유행 당시 시민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로열마일의 매력은 가게나 거리 퍼포먼스에서도 느껴집니다. 스코틀랜드 전통 킬트를 입은 연주자가 백파이프를 부는 장면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고, 골동품 가게나 전통 펍, 차 가게를 둘러보는 일은 그 자체로 중세의 분위기를 체험하는 경험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로열마일에는 성자 자일스 대성당(St Giles' Cathedral), 스코틀랜드 의회, 작가 박물관, 카메라 옵스큐라(광학 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이어져 있어 걷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로열마일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과거 왕과 귀족, 상인과 시민들이 매일을 살아냈던 ‘길’입니다. 현대 여행자가 이 길을 따라 걷는 것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 당시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에 가깝습니다.

3. 중세 분위기를 담은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 체험

에든버러의 중세 여행은 건축과 거리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식문화 또한 그 시대의 일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로열마일 주변과 올드타운에는 중세 시대 분위기를 재현한 펍과 레스토랑들이 많아, 여행자들이 식사를 통해 그 시대의 향취를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뉴는 '해기스(Haggis)'로, 양 내장을 곡물, 양파, 향신료와 함께 조리한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입니다. 처음엔 생소하지만, 감자 으깬 것(Mashed Potato)과 함께 제공되는 해기스는 독특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해 많은 여행자들이 인상 깊게 기억합니다.

또한 중세풍 장식의 '더 위치리 인(The Witchery Inn)', '더 월드스 엔드(The World's End)' 같은 펍에서는 어두운 조명, 돌벽 인테리어, 고풍스러운 식기까지 중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합니다.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당시 귀족들이 즐겼던 방식 그대로 서빙되기도 하며, 에일이나 위스키와 함께 현지 전통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거리 공연과 백파이프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순간은, 그 자체로 중세 시대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줍니다.

4. 고성과 언덕 사이, 진짜 에든버러를 만나는 골목과 전망

많은 이들이 에든버러 성과 로열마일만 보고 돌아가지만, 진짜 에든버러의 정취는 골목과 언덕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에든버러는 언덕 도시로, 여러 레벨의 거리와 계단, 비탈길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 지형 덕분에 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끊임없이 풍경이 바뀌며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죠.

그중 가장 인상적인 골목은 ‘빅토리아 스트리트’입니다. 곡선을 따라 이어진 이 골목은 알록달록한 외벽과 특색 있는 독립 상점들이 줄지어 있어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의 영감이 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하며, 거리 곳곳에 마법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상점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또 다른 필수 장소는 ‘칼튼힐(Calton Hill)’입니다. 시내 중심에서 도보로 10~1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언덕으로, 도시 전체를 파노라마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고성의 실루엣과 함께, 이곳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 모사 건축물, 넬슨 기념탑 등은 에든버러가 단순히 중세 도시를 넘어서 고전주의적 미학까지 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언덕 위에선 일몰 무렵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과 고성, 거리의 가스등이 하나의 장면으로 어우러져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감정을 선사하죠.

에든버러는 의외로 조용한 골목이 많습니다. 특히 ‘덴글라스 거리’나 ‘캐논게이트’ 일대에는 관광객이 덜 붐비는 카페와 지역 상점, 역사적인 교회와 작은 공원이 곳곳에 숨어 있어, 혼자 걷기에도 매우 적합한 지역입니다. 한적한 벤치에 앉아 로열마일의 북적임과 대비되는 고요함을 느끼다 보면, 이 도시가 왜 문학과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는 단순히 고성과 오래된 건물이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그 모든 공간이 역사를 담고 있고, 그 역사 속에 시민들의 일상과 스코틀랜드 민족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고성에서 시작한 여행은 로열마일의 길을 따라, 다시 골목과 언덕 위 풍경으로 이어지며, 여행자에게 매 순간 다른 색깔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은 몰입과 사색의 시간이 됩니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
에든버러는 유럽 여행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는 곳입니다.
단순한 사진 찍기 여행을 넘어, 공간을 느끼고 시간을 마주하는 여행을 원한다면—에든버러는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