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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푸르 핑크시티에서 만나는 궁전의 향기와 색다른 여정

by ommg 2025. 7. 29.

인도 자이푸르 여행

자이푸르는 인도 라자스탄 주의 주도로, '핑크시티'라는 별명을 가진 고풍스러운 도시입니다. 붉은색 사암으로 지어진 궁전과 요새, 기하학적인 건축물과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역사책이자 향기로운 감성 여행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이푸르의 대표적인 궁전과 거리 풍경, 현지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담은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섬세함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을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이 장식이고 이야기인 도시, 자이푸르의 첫인상

인도를 여행한다는 건 언제나 어느 정도의 용기를 요구합니다. 그 낯선 냄새, 수많은 소리, 강렬한 색채는 여행자의 감각을 한순간에 사로잡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죠. 그런 인도에서도 자이푸르, 일명 '핑크시티(Pink City)'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 도시입니다. 라자스탄의 사막 기운을 머금은 붉은색 도시.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건물들,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무늬가 가득한 궁전, 그리고 모래바람 속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거리 풍경. 자이푸르의 첫인상은 이국적이고, 강렬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따뜻합니다. 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분홍빛 외벽입니다. 자이푸르가 핑크시티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왕세자가 자이푸르를 방문하기에 앞서, 도시 전체를 환영의 의미로 분홍색으로 칠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이후 이 전통은 법으로 이어져, 현재까지도 도심의 주요 건물들은 분홍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이푸르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한 폭의 회화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외관의 화려함에 있지 않습니다. 자이푸르는 겉으로 보이는 장식의 도시를 넘어, 그 장식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하와 마할(Hawa Mahal)의 창문 수에 깃든 궁중 여성들의 삶, 암베르 요새(Amber Fort)의 회랑을 따라 퍼지는 옛날이야기, 자이푸르의 각 궁전이 지닌 건축학적 실험과 상징성.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이자, 누군가의 기억이고 감정입니다. 또한 자이푸르는 감각의 도시입니다. 거리마다 퍼지는 향신료 냄새, 쨍한 햇빛을 반사시키는 자수와 실크의 무늬, 손끝에 닿는 전통 공예품의 질감,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자락에서 퍼지는 향.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까지 자극받는 이 도시는, 감정을 일깨우고 내면을 자극하는 독특한 리듬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자이푸르는 관광지가 아니라 ‘경험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이푸르라는 도시에 흠뻑 젖어드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명소를 나열하기보다는, 실제 그곳을 걷고 바라보고 머물며 느낀 감정과 풍경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자이푸르를 단순한 핑크시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궁전과 이야기의 도시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여정이 조용한 안내서가 되길 바랍니다.

 

궁전 사이를 걷다, 자이푸르에서의 하루

자이푸르 여행의 중심은 단연 궁전이다. 하지만 그 궁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직접 그 회랑을 걷고, 탁 트인 발코니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봤을 때였다. 먼저 찾은 곳은 자이푸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하와 마할(Hawa Mahal). 정면에서 마주한 이 건물은 마치 레이스처럼 섬세하다. 붉은 사암 위에 정교하게 뚫린 수백 개의 작은 창문들은, 과거 왕궁 여성들이 얼굴을 가린 채 거리의 삶을 구경하던 공간이었다. 격식과 자유, 제약과 호기심이 공존하던 그곳은, 이제는 여행자들에게 이국적인 뷰포인트로 남아 있다. 다음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암베르 포트(Amber Fort). 전통적인 인도-무슬림 혼합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요새는 단순한 군사 거점이 아니라, 궁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대리석과 사암으로 지어진 궁전 내부에는 별을 형상화한 거울 모자이크 천장, 꽃잎 문양의 창틀, 호수 위로 펼쳐지는 발코니가 조화를 이루며,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요새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사막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낙타가 걷는 먼지길 위로 햇살이 사선으로 쏟아진다. 그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자이푸르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후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시티 팰리스(City Palace)를 찾았다. 이곳은 자이푸르 마하라자의 실제 거주지였으며, 현재도 왕족 후손이 일부 공간에 거주 중이다. 이 궁전은 건축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컬러감이 인상적이다. 사분원 형태로 배치된 파우더블루의 문, 붉은 벽면의 정원, 황금색이 감도는 홀은 여행자의 감각을 끝없이 자극한다. 특히 '문 네 개의 정원'이라 불리는 인테리어 포인트는 SNS에서 인기지만,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섬세하다. 벽 하나하나에 손으로 그린 문양과 곡선은, 한 시대의 미감이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다. 시장도 자이푸르의 필수 코스다. 조하리 바자르(Johari Bazaar)에서는 전통 은세공품과 보석을, 바푸 바자르(Bapu Bazaar)에서는 자수 천과 가죽 샌들,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각 상점의 천장이 낮고 좁은 골목에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마치 미로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삶의 리듬은 한결같다. 상인들은 큰 소리로 흥정하지 않지만,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고, 단순히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하다. 자이푸르의 일몰은 나하가르 포트(Nahargarh Fort)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지며 도시 전체가 분홍빛에서 붉은 주황빛으로, 다시 회색빛으로 변하는 장면은 감탄을 넘어 감정적인 울림을 준다. 성벽 위에 앉아 도심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 바람은 뜨겁고 색은 강렬하며 마음은 잔잔하다. 자이푸르는 그렇게 여행자의 감정을 완성시킨다.

 

궁전보다 더 깊은 자이푸르의 진짜 향기

자이푸르는 흔히 말하는 ‘이국적인 도시’ 그 자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다른 문화권에 있다는 의미를 넘어서, 감각의 층위가 훨씬 풍부하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궁전은 보는 것이 아니라 걷고 머물러야 이해할 수 있고, 시장은 가격보다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먼저이며, 거리의 분홍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가 지닌 이야기의 껍질이다. 그런 점에서 자이푸르는 외관보다 내면이 더 깊은 도시이다. 우리는 종종 여행을 통해 낯선 감정과 마주한다. 자이푸르는 그 감정을 일상적으로 제공한다. 과거의 흔적, 여전히 살아 있는 전통,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리듬.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흔든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곳. 자이푸르는 그런 도시다. 핑크시티라는 별명은 분명 이 도시의 대표적인 수식어지만, 실상은 색깔 하나로 규정되기엔 너무도 입체적인 장소다. 자이푸르에는 바람처럼 섬세한 사원의 곡선이 있고, 해질녘 황금빛 모래바람 속의 그림자가 있으며, 시장 골목의 소음마저도 하나의 음악처럼 울린다. 이 도시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 다른 향기를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이는 강렬한 색채를, 어떤 이는 조용한 이면을, 또 어떤 이는 사람들의 미소를. 결국 여행이란 감정을 남기는 일이다. 자이푸르는 그 감정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건네주는 도시다. 화려한 궁전의 입구에서부터 시장의 마지막 골목까지,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 우리가 머물 자리가 있다. 자이푸르를 걷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되어 있고, 그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이 바로 궁전보다 더 오래 남는, 자이푸르의 진짜 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