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부의 관문 도시 퍼스는 도시적인 세련됨과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동시에 품은 독특한 여행지입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고층 건물과 현대적인 거리 풍경을 누리는 동시에, 몇 걸음만 옮기면 광활한 공원과 해변, 사막과 숲으로 이어지는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퍼스는 대도시이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과의 거리감이 매우 가깝고, 도시를 거점 삼아 다양한 자연 명소를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자들에게 큰 매력을 안겨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퍼스 시내 중심의 킹스파크를 시작으로, 근교의 캐버샴 야생동물원, 코테슬로 해변, 외곽의 피너클스 사막까지 하루 또는 2~3일 일정으로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는 자연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도시에서 시작해 점점 더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여행에 흐름을 만들어주며, 호주의 풍경이 얼마나 다양하고 넓은지를 몸소 느끼게 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 자유여행자, 감성 힐링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 코스는 부담 없이 즐기면서도 깊이 있는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하루를 여는 킹스파크
퍼스 도심에서 단 10분 거리에 위치한 킹스파크는 도심 속 공원이자 서호주 생태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면적만 해도 약 400헥타르에 달하는 이 공원은 도시 경계 안에 위치한 공원 중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며,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다양한 생태적 체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원 중심부에는 서호주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모은 식물원이 조성돼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군인 추모 기념관, 예술 조각 공원, 가족 피크닉 구역, 아동 놀이터까지 고루 배치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공원의 전망대에서는 퍼스 시내 전경과 스완 강, 그리고 멀리 퍼스 힐즈까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며,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는 빛과 그림자가 도시를 감싸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봄철(9~11월)에 이곳을 찾는다면 운이 좋게도 와일드플라워 시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서호주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이 자생하는 지역으로, 이 시기에는 형형색색의 들꽃이 공원 곳곳을 뒤덮습니다. 공원 내에는 나무 위로 만들어진 보행자용 스카이워크인 'Lotterywest Federation Walkway'도 마련돼 있어 숲 위를 걷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퍼스 도심에서의 여행을 자연 속에서 시작하고 싶다면, 킹스파크는 단연 첫 번째 추천지입니다.
퍼스 자연 명소 중 하나, 캐버샴 야생동물원에서의 교감
퍼스 도심에서 차량으로 30~40분 정도만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캐버샴 야생동물원(Caversham Wildlife Park)은 서호주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장소입니다. 이곳은 퍼스 북부의 와너루 지역에 위치한 대형 공원 화이트맨 파크(Whiteman Park) 내에 있으며, 인공적이지 않은 숲과 초지 속에서 야생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야생동물원의 가장 큰 매력은 동물들과의 거리감이 매우 가깝다는 점입니다. 입장객들은 캥거루에게 직접 먹이를 주거나, 코알라를 가까이서 보고 사진을 찍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사육사가 진행하는 미니 동물쇼도 하루 여러 차례 진행됩니다. 동물원 곳곳에는 그늘진 산책로와 벤치, 간이 매점이 마련돼 있어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좋고,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줍니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자에게 이곳은 필수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인 의미까지 더해지며 기억에 오래 남는 체험이 됩니다. 오전 시간대에는 동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이라 더 역동적인 관람이 가능하고, 오전 방문 후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화이트맨 파크를 더 둘러보는 일정으로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해변 산책과 석양이 있는 코테슬로의 오후
오전 일정을 마친 후, 느긋한 오후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 곳은 단연 퍼스 남서부의 대표 해변, 코테슬로(Cottesloe Beach)입니다. 시내에서 자동차나 버스로 약 20~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으며, 잔잔한 파도와 하얀 모래,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어우러져 휴양지 특유의 감성을 선사합니다. 퍼스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일상 속 피서지로, 주말이면 서핑보드와 선베드를 들고 나온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며,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해변 바로 맞은편에는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시푸드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어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이 해변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붉게 물들며, 포토스팟으로도 유명한 장소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가능하며, 여름철(12~2월)에는 서핑, 수영,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현지인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겨울철(6~8월)은 조용하고 여유롭게 해변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로, 시기마다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코테슬로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아무런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이곳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냅니다.
이국적인 풍경의 절정, 피너클스 사막으로 떠나는 길
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차로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서호주에서도 손꼽히는 독특한 자연 명소, 피너클스 사막(The Pinnacles Desert)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낭갈루 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 내에 위치한 이 사막은 수천 개의 석회암 기둥이 모래사장 위에 솟아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며, 마치 지구 밖 어딘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독특한 지형을 자랑합니다.
사막에는 차량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와 도보 탐방 코스가 모두 마련되어 있으며, 기둥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자연이 만든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후 시간대에는 햇빛이 기둥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워 더욱 극적인 풍경을 만들고, 일몰 무렵에는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며 사막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특히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이 시간대 방문을 추천합니다.
사막 한가운데임에도 방문자 센터가 잘 조성돼 있어 짧게 쉬어가거나, 서호주의 사막 지형과 기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낮 기온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충분한 물은 필수입니다. 퍼스 시내에서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시간이 된다면 인근 해변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퍼스는 도시와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호주 특유의 여행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숲길을 걷고, 잠시 차를 타고 나가면 코알라를 만나고, 이내 해변에서 여유를 누리거나 사막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 여정. 퍼스는 단지 정해진 명소를 체크리스트처럼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그 자체로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킹스파크에서 산책을 시작하고, 동물들과 교감하며 감성을 채우고, 석양이 내리는 바닷가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드넓은 사막에서 대자연의 위엄을 마주해보세요. 일정이 길지 않더라도 충분히 깊은 경험이 가능한 곳이 바로 퍼스이며, 서호주의 다채로운 자연은 그 여정에 풍성한 감동을 더해줄 것입니다. 복잡한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당신에게 퍼스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