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형형색색 골목길과 죽음을 마주하는 예술, 멕시코 과나후아토 여행기

by ommg 2025. 8. 9.

멕시코 여행, 과나후아토

멕시코 과나후아토는 살아 있는 색채의 도시이자, 독특한 죽음의 미학을 간직한 곳이다. 감성적인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며 예술혼을 느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라 박물관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경험해보자. 본문에서는 과나후아토의 매혹적인 거리 풍경부터 미라박물관 관람 팁, 추천 산책 루트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안내한다.

형형색색의 미로 속을 걷다, 과나후아토라는 도시의 첫인상

멕시코 중부 고원지대에 자리한 도시, 과나후아토(Guanajuato)는 한마디로 ‘걷는 도시’라 부를 수 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의 두 다리가 중심이 되는 이 도시는 마치 수채화 물감으로 칠해 놓은 듯한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 곡선형 언덕길,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지하 도로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은광산 개발로 번성한 이 도시는 그 역사적 배경 덕분에 유럽풍 건축과 라틴 감성이 독특하게 뒤섞인 도시 미관을 자랑한다. 과나후아토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길을 잃어보는 것'이다. 정해진 루트를 따르기보다는, 무작정 걷다가 나오는 풍경에 반응하고, 돌계단을 오르거나 낮은 철제 문을 열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보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파사드의 주택들이 이어지는 거리, 골목 사이로 흘러나오는 마리아치 음악, 벽화 속 상징과 은은한 향신료 냄새가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과나후아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도시다. 역사적인 건물과 좁은 골목길들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우회도로는 지하 터널망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동차가 지하로 다니고 지상은 거의 보행자 전용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도보 여행이 매우 쾌적하고 안전하며, 사진 찍기에도 완벽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과나후아토 골목길 산책 코스, 놓치지 말아야 할 포토 스팟, 그리고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미라 박물관(Museo de las Momias)’까지 감성적인 여행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아울러 미술과 문학, 죽음과 삶, 역사와 색채가 공존하는 이 도시의 숨결을 글로 담아내고자 한다.

과나후아토의 심장부를 걷다, 감성 골목길과 미라의 기억

① 알람브라 극장(Teatro Juárez)과 유럽풍 광장 산책
과나후아토 중심에는 19세기 후반 건축된 웅장한 유럽풍의 알람브라 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로마식 기둥과 동상으로 꾸며진 외관, 클래식 음악과 전통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곳은 도시 예술의 중심이자, 여행자들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를 선사하는 장소다. 극장 앞 광장에는 노천 카페와 벤치가 즐비하며, 오후에는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과 마리아치 밴드의 음악이 흐른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거점이다.

② 키스 골목(Callejón del Beso)의 전설 따라가기
과나후아토의 대표 포토스팟이자 로맨틱한 상징인 ‘키스 골목’은 골목 사이 폭이 불과 68cm밖에 되지 않는 좁은 길로, 서로 마주 본 두 발코니 사이에서 연인이 키스를 하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골목길은 낮보다 해질녘 붉은 노을이 물드는 시간대에 걷는 것이 좋다.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의 집들이 골목 양옆을 채우며, 간간이 벽화와 카페가 등장해 골목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리의 굴곡마다 다른 온도와 향기가 섞여 있어, 감정의 흐름을 따라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③ 과나후아토 미라 박물관(Museo de las Momias de Guanajuato)
이 도시에 와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미라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세기 중반 콜레라 유행 당시 무연고 시신을 자연 미라화한 유해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라가 된 이유는 특별한 방부처리 없이, 과나후아토의 건조하고 광물질이 풍부한 지하 토양 덕분이다. 그 결과 보존 상태가 뛰어난 100여 구의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미라가 존재한다. 단순한 공포나 충격이 아닌,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자의 감정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내부는 어두운 조명과 묵직한 설명판, 음향 효과가 어우러져 관람자의 몰입을 이끈다. 대부분의 미라가 실제 생활하던 복장이나 표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람 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곳은 과나후아토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메시지를 품은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④ 산 미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
도시 전체를 조망하고 싶다면 반드시 올라가야 할 곳이 ‘피피라 언덕(Mirador del Pipila)’이다. 택시나 푸니쿨라를 이용해 10분 내외로 올라갈 수 있으며, 전망대에서는 과나후아토의 형형색색 건물들과 언덕 지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낮에는 고운 색채가, 밤에는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인상적이며, 해질 무렵의 붉은 빛이 도시를 물들일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구불구불한 골목으로 이어지며, 벽화와 수공예 상점들이 이어진다. 이 길은 단순한 하산이 아닌, 도시 예술과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과정이 된다.

과나후아토, 감정과 기억이 오롯이 녹아든 거리

과나후아토에서의 여행은 단지 몇 개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도시는 ‘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자, ‘골목’이 곧 이야기를 품은 작은 책장 같은 존재다. 집집마다, 벽화마다, 전설마다, 그리고 미라 하나하나에 담긴 기억들이 살아서 숨 쉬고, 도시 전체가 감정으로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미라 박물관은 단순한 이색 관광지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그 속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다. 생명이 꺼진 육체가 ‘시간’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보며, 우리는 오히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과나후아토의 색채는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거리의 음악은 경쾌하지만 의미 없이 흐르지 않는다. 이곳의 모든 소리와 빛, 냄새와 풍경은 하나의 감정으로 응축되어, 여행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그래서 이 도시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것은 풍경의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이 도시가 ‘감정을 기억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나후아토는 어쩌면 여행지이기 이전에, 하나의 ‘경험’이며 ‘사유’이다. 골목마다 스며든 따뜻한 햇살과 누군가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죽음을 품은 박물관까지. 이 도시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한층 더 입체적이게 느껴진다. 감성적인 길 위의 철학, 그것이 과나후아토다.